CT 해롭다면 얼마나 해로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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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중앙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변혁준
“CT 찍어도 안전한가요?”, “검사에 쓰이는 방사선이 몸에 해롭지는 않나요?”, “해롭다면 얼마나 해로운가요?”
영상의학과에 근무하다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질문들입니다. 1895년 뢴트겐(Wilhelm Conrad Roentgen)이 X선(X-radiation)을 발견한 이래로, 영상의학 분야에서는 단순 방사선 촬영에서 컴퓨터 단층촬영(CT)에 이르기까지 인체 내부의 영상을 얻는 유용한 기법으로 X선을 활용해 왔습니다. 현재에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전자기장(MRI), 초음파 등도 진단에 사용되고 있지만, X선을 사용하는 단순 방사선 촬영과 컴퓨터 단층촬영(CT)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장점을 지닌 검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사선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방사선의 유해성은 피폭량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영향이 있습니다. ‘결정적 영향(deterministic effect)’과 ‘확률적 영향(stochastic effect)’이 바로 그것입니다. ‘결정적 영향’은 급성 대량 피폭의 경우를 의미하며 효과의 심각성이 선량에 의존합니다. 즉발성의 발단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선량의 한도를 설정함으로써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원전사고와 같은 사고에 의한 다량의 방사선 노출이 그 예가 될 수 있겠으며 잘 제어된 저준위 방사선을 사용하는 의료 방사선과는 관계가 비교적 먼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확률적 영향’은 만성 저선량 피폭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발생확률이 선량에 비례하며 심각성은 선량과 무관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발성이기 때문에 잠복기가 있으며, 저선량에서도 발단선량 없이 장해 발생확률이 존재합니다. 설명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발생확률이 선량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저준위 방사선을 사용하는 의료 방사선에 적용됩니다.
방사선 선량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선량의 단위에 조금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선량의 피폭단위에는 ‘조사선량(R, 뢴트겐)’, ‘흡수선량(Gy, 그레이)’, ‘유효선량(Sv, 시버트)’ 등이 쓰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방사선 피폭을 비를 맞는 것에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조사선량(R, 뢴트겐)’이란 단위 장소의 방사선에 의한 공기 단위 질량당 생성된 전하량을 뜻합니다. 이는 쉽게 말하자면 ‘어떤 단위 지역에 비가 얼마나 내리나?’에 해당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습니다. ‘흡수선량(Gy, 그레이)’은 방사선의 에너지가 인체를 포함한 피폭 물질의 단위질량에 얼마나 흡수 되었는가를 뜻하는 양입니다. 비에 비유를 하면 ‘사람이 비를 얼마나 맞았나?’에 해당하는 개념입니다. 마지막으로 ‘유효선량(Sv, 시버트)’은 앞에서 설명한 ‘흡수선량(Gy, 그레이)’을 인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환산하여 실용화한 양을 의미합니다. ‘사람이 비에 맞았을 때 감기에 걸릴 확률’에 대응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 방사선의 선량 단위는 주로 ‘유효선량(Sv, 시버트)’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영상의학 검사(단순 방사선 촬영, 컴퓨터 단층촬영(CT))를 통해 피폭되는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 전에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해 피폭되는 방사선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인공방사선을 제외하고 자연으로부터 노출되게 되는 방사선을 ‘자연방사선’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연간 1인당 자연방사선 피폭 선량은 평균 약 3mSv입니다.(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자료) ‘자연방사선’은 우주선(우주 입자, 태양풍: 0.25mSv), 토양 방사선(천연 방사성 동위원소: 1mSv), 내부 피폭(방사성 물질(라돈 가스)의 흡입, 음식을 통한 섭취: 1.75mSv)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의료방사선을 포함한 인공방사선들이 제외되어 있는 수치이며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피폭되고 있는 방사선량은 더 많습니다.
흉부 X선 검사를 포함한 단순 방사선 촬영의 피폭 선량은 한 번에 약 0.02~0.1mSv입니다. 일반 CT는 약 10mSv 정도이며, 저선량 CT인 검진용 흉부CT나 요로결석 CT, 소아용 CT의 경우 그보다 훨씬 낮은 약 2mSv 정도의 피폭 선량이 측정됩니다. 일반 CT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앞서 소개한 자연방사선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낮은 선량이며 매우 안전한 방사선량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 CT 또한 인공방사선의 예와 비교해보면 그 양이 매우 낮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담배 1개비를 피울 때 발생하는 방사선 피폭 선량은 약 0.01~0.04mSv입니다. 만약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를 예로 든다면 그 흡연자의 연간 담배로부터 피폭되는 방사선량은 최소 0.01x20x365=73mSv입니다. 이는 무려 일반 CT를 7회 정도 찍을 때 피폭되는 방사선량이 연간 흡연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정도로 의료방사선의 선량은 비교적 안전하게 제어되어 있습니다.
연구(BEIR(Biologic Effects of Ionizing Radiation) VII 보고서)에 따르면 약 1Sv(1000mSv)의 피폭선량 당 암 발생 위험은 5%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는 일반 CT 유효선량에 해당하는 10mSv당 0.05%의 수치에 해당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꽤 높은 수치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생동안 암이 발생할 확률이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약 33%(3명중 1명)임을 고려한다면 거기에 의료방사선이 원인으로 작용할 확률은 극히 낮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피폭 선량은 누적되는 수치이며 매우 낮더라도 발병율이 0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발단선량(threshold)이 없음) 어린이들과 임산부에게는 X선을 이용한 검사가 되도록이면 피해야 할 검사임은 맞습니다. 또한 성인에서도 줄일 수 있다면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검사입니다. 하지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환자의 건강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경우라면 굳이 방사선 피폭이 무서워 피해야 할 정도의 검사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한 해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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