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제 정치가 장기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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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는 전쟁을 본 뜬 오락으로 4,000년 전에 인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우리가 아는 장기는 중국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 확실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조가 되어서야 양반들 사이에 오락으로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홍군인 한(漢)과 청군인 초(楚)의 대결인데 말은 각기 궁을 지키는 사(士)가 둘, 일선에 병(兵)이 다섯, 포(包)가 둘, 차(車)와 마(馬)와 상(象)이 또한 둘씩, 그러므로 말 열다섯이 제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말들의 역할은 다 다릅니다. 제일 날쌘 말이 ‘차’이고 그 뒤를 이어 ‘포’가 있는데, ‘마’와 ‘상’도, 심지어 ‘병’과 ‘사’도 전투에 임하여 뜻밖의 큰 공을 세우고 ‘나라’를 지키는 경우가 있지만 ‘차’나 ‘포’를 잃으면 일단 ‘궁’이 위태롭다고 느껴집니다.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대결했는데 오늘은 소련의 자리에 중국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장기란 편을 갈라가지고 싸우는 것이니까 우리가 어느 편에 속해 있는지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홍군에 속했습니까 아니면 청군에 속했습니까?
이 장기판에서 ‘홍선수필승(紅先手必勝)’을 믿고 홍군에 가담한지는 꽤 오래 됩니다. 우리의 총사령관인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느 ‘말’이 되어 이 장기판에 올랐습니까? ‘차’나 ‘포’는 됩니까, 아니면 일선을 담당하는 다섯 ‘병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까?” 속히 대답을 좀 주세요. 속이 탑니다. 이 장기판을 엎을 수 있습니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골로 갑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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