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초야에 묻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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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때 벼슬은 현감 밖에 오르지 못하였던 이정진이 이렇게 읊었습니다.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네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줄 몰라라
벼슬이 높이 올라가 영의정의 자리까지 오른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개는 그 벼슬자리를 즐기지 못하고 오히려 그 벼슬로 인해 고생만 하다가 불행하게 물러난 선비들이 많습니다.
민주 국가의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 선거를 통해서 탄생합니다. 경무대나 청와대에 주인이 되는 대통령은 이 나라의 국가 권력의 정상을 차지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국가 원수의 자리에 앉았던 사람 중에 행복한 삶을 누린 사람이 누구입니까? 이 나라의 대통령과 행복은 거리가 멀어도 아주 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4.19로 야기된 혼란 속에서 다시금 망명의 길에 올라야 했고, 윤보선은 군사 쿠데타로 그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그 후 박정희는 측근의 총에 맞아 비명에 세상을 떠났고, 잠시 그 자리를 물려받았던 최규하는 밀려나야 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는 감옥에 갔다 와야 했고, 김영삼과 김대중은 그 아들들이 대신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노무현은 견디다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이명박은 요즘 구속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큰집’에 오래 머물게 될 것 같고, 박근혜는 대통령의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형무소로 직행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손으로 뽑은 11명의 대통령들의 말로가 이렇게 모두 불행해야 하는 것입니까? 오늘의 19대 대통령 문재인은 예외가 되어 주기를 바라지만, 과연 12번째 대통령만은 예외가 될 수 있을까요?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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