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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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교육한다는 미명 하에 어른들이 아이들을 망치고 교육을 망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믿건 안 믿건 그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었습니다. 광주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짜고 특정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학생 생활 기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들통이 났다는 것입니다. 성적이 최상위권에 있는 학생 25명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성적까지 조작을 하였답니다. 예를 들자면 원래 2등급인 학생의 성적을 1등급으로 조작하였다는 겁니다. 그 대가로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겁니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우리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이 엄청난 사건이 터지자 당국은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의 ‘학생 생활 기록부’를 다 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니 그 방대한 ‘수고’가 언제 끝날 것인지, 대학 입시 사정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등 교육이 시작된 지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대학들은 백 여 년 되지만 일제하에는 소위 고등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인구의 1%도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정식 대학은 경성제국대학(京城帝國大學) 하나가 있었고, 서울을 비롯한 지방 몇몇 도시에 의학 전문이 있었고, 서울에는 연희전문, 보성전문, 혜화전문, 이화여전, 숙명여전 등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극소수이긴 했지만,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유학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방이 되고 나라를 잃고 묶였던 이 백성에게 자유가 찾아와 모든 전문학교는 다 대학으로 승격하고, 우후죽순 격으로 대학이 많아진 것은 어느 정도 산업화가 이뤄진 8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사정권은 대학인가에 매우 인색했고 대학생 수가 많아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해방 후 미군정 하에서 강요된 국대안(國大案)의 반대가 오래 지속되어 서울 대학으로 개명한 오늘의 국립 서울대학교의 명성이 땅에 떨어진 한 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나라의 문교부(교육부)는 관료주의로 돌아간 듯, 서울대학 하나만은 종래의 경성제국대학처럼 키워 대한민국에는 대학이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사실상 이류(二流) 대학을 만드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국내의 모든 고등학교의 교장· 교감· 교사들이 그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라도 서울대학에 입학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기현상이 벌어진 오늘의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입시 지옥(入試地獄)’이 불가피합니다. 광주 어느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불상사도 원인은 다 거기에 있습니다. 서울대학 말고는 한국에 대학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그렇습니다.
서울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만이 일류이고 그 밖에 다른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모두 이류 아니면 삼류(三流)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교육이 이 꼴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문교 정책이 잘못 돼서 그렇습니다. 광주의 그 학교의 교장·교사를 탓하지 맙시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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