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화가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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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 출신의 젊은 건축가는 중국에 살면서 여러 해 꾸준히 노력하여 현대 중국 건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이 되지만 그가 근년에 출판한 책의 제목은 < You Can't Change China, China Changes You. >입니다. 그는 “중국을 변화시킬 수는 없고, 다만 중국이 당신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말하면서 그 겸손한 자세로 중국 건축사에 눈부신 공헌을 하였습니다. 그는 그동안 중국 건축과 무척 많은 대화를 시도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만일에 이 젊은 화란인이 교만한 자세로 중국을 대하며 그들과의 대화를 거절하였다면 그에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도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낭비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일에 임하는 유능한 인사들이 있지만 대개는 실패하고 맙니다. 대화를 거절하는 것은 우월감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만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대화’ 아닙니까?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도록 대화를 많이 하는 집안이 평화롭습니다. 의견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가 있으면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습니다. 개성이 뚜렷한 것은 자랑스럽지만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귀는 닫고 입만 열어서 세상을 요란하게 또 시끄럽게 만들어선 안 됩니다.
각 급 학교에 차고 넘치는 ‘문제아들’의 성분이 한결 같습니다. 그 아이들의 가정은 대개 잘못돼 있어서 부모의 대화가 없을 뿐 아니라 부모와의 대화도 없이 외롭게 자란 아이들이 많습니다. 인간의 역사도, 비유컨대, 하나님과 아담의 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기까지에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면 오늘의 Homo sapiens는 아직도 땅 위를 기어 다니고 있을 겁니다.
연설하는 법을 가르치기에 앞서 대화하는 법을 가르칩시다. 연설을 잘 하는 지도자들은 많은데 대화에 능한 지도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먼저 부모로부터 대화하는 태도나 자세나 방법을 잘 배워서 익히고, 극소수만이 연설에 나설 수 있다면 한국의 정치도 많이 선진화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대화가 없이는 사람이 사람 구실하기가 어렵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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