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역사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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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전철을 밟지 마라”는 중국의 옛글도 그런 뜻으로 풀이가 됩니다. “앞서 가던 수레의 바퀴가 홈에 빠져서 애를 쓴 바로 그 길을 따라 간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는 뜻인 것이 분명합니다. 역사에는 교훈이 있으니 역사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 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제에만 집착하면 오늘을 살기가 어렵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어제에만 매달려 오늘을 오늘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느 본관과 성을 가진 집안과는 혼인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종도 하지 말라는 집안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조상들 사이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한 나라의 지역과 지역 사이에도 서로 용서 못할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영남·호 남의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지역감정이 고약하게 작용하지 않았다면, 해방 후의 정치가 훨씬 발전하였으련만 전라도와 경상도의 역사인식이 문제가 되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신음하고 있습니다.
역사만 따진다면 한국과 중국은 형제의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선비들은 우선 공자님이 태어나신 중국의 산동성을 거룩한 땅으로 여기고 중국을 형님의 나라로 떠받들었는데 중국의 위정자들은 기자조선, 위만조선을 우리 땅에 건설했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고구려가 융성하여 오늘의 만주 땅의 상당 부분을 통치하고 있었건만 오늘도 ‘동북공정’같은 무리한 짓을 하고 있으니 조선조 5백년에 우리가 받은 수모는 말로 다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땅에 왕조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시련을 겪었고 국론은 분열되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일본 하면 임진왜란이나 일제 36년만 떠올리지만 사실은 신라시대에는 일본의 해적들이 노략질을 일삼아, 문무왕은 유언하기를 “나는 죽어서도 왜놈들의 침략을 물리쳐야 되겠으니 나를 화장하여 동해바다에 내 뼈를 묻어라”고 유언하여, 그의 유해는 경상도 월성군 감포 앞바다 대왕암 밑에 수장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로서는 고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고 없이할 수도 없는 ‘과거 타령’은 그만 하고, 중국이나 일본과도 사이좋게 지내지 않고는 우리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습니다. 한 인간의 인격도 어제만 생각하면 ‘새 사람’이 되기 어렵고 나라도 ‘새 나라’가 되기 어렵습니다.
과감하게 어제와 단절하고 역사를 초월하고 한 번 살아봅시다. 개인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습니다. 역사에서는 교훈만 건지고 역사는 버립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도 국가도 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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