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두가 제자리에서
페이지 정보
본문
“다이아몬드도 깎고 다듬지 않고는 제 빛을 나타낼 수 없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조에서 영의정, 대제학을 지낸 선비 홍섬(1504-1585)은 이렇게 읊었습니다.
옥을 돌이라 하니 그리도 애닳아라
박물군자(博物君子)는 아는 법 있건마는
알고도 모르는 체 하니 그를 서러 하노라
홍섬이 그 시대의 세태를 보고 답답한 자기의 심정을 토로한 것 같습니다. 분명히 그게 아닌데 그렇다고 우겨대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박물군자(유식하고 물정에 밝은 사람들)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 왜 양심의 눈을 가리고 ‘옥’을 ‘돌’이라고 하는가.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운 것 아닌가!” 홍섬의 탄식소리가 내 귀에도 들리는 듯합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대제학 홍섬이 살던 그 시대와 닮은 것 같습니다. ‘옥’을 분간 못해서 ‘돌’이라고 하면서 내버리겠습니까? 이 시대의 ‘유식자들’은 왜 정직하지 못해서 엉뚱한 수작을 하면서 백성을 괴롭고 있는가? 시골서 면장 일이나 하면 될 인간들이 왜 장관 자리 차관 자리를 노리는가? 그런 자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서로 대통령이 될 욕심 때문에, 대한민국을 이토록 요란하고 시끄럽게 만드는 것일까?
‘안보’와 ‘경제’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은 국회의원들 자신의 입으로 뱉어놓고도 하는 짓을 보면 안보와 경제가 가장 첨예하게 여야를 맞붙어 싸우게 한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사드’ 문제 하나를 정치판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감정을 건드리면서까지 ‘사드’에 집착하지 말자는 엉뚱한 수작을 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는데 ‘사드’가 중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핵시설이라면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한데 ‘사드’가 한국 땅 참외밭에 설치되면 미국의 군사력이 한반도에 더욱 침투하는 것 같아서 중국이 반대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사드’도 한국에 배치 못한다면 미국은 한국을 혈맹(血盟)이라고 여기겠습니까? 소중한 것은 민족 자결의 원칙이요 독립정신입니다.
옥(玉)석(石)을 가릴 줄 아는 지도자들이 이젠 다 세상을 떠나고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의 번영은 풍전등화(風前燈火)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이전글생각도 없고 계획도 없고 16.08.26
- 다음글이화의 딸들아, 정신 차려! 16.08.1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