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형님 먼저” “아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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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형이 있고 아우가 있는 곳이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60년대만 해도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 정류소나 택시가 멎는 곳에서는 날마다 먼저 타겠다고 덤벼드는 사람들 때문에 아수라장이 되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조국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어디서나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리는 습관이 정착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서로가 앞을 다투어 추태를 부리던 그 ‘정열’ 덕분에 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것 아니냐고 누가 강변을 털어놔도 그 광경만은 정말 민족사회의 매우 부끄러운 단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줄 서기’ 문화가 크게 발전하여 예전처럼 힘 센 놈이 버스나 택시에 달려가서 완력으로 먼저 타는 그런 꼴은 한국에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누구나가 줄을 서야 합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줄에 꼬라비에 서서 “빨리 가야 하는데”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버님이 위독하여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라면서 앞으로 나가 사정할 때, “먼저 타시지요”라며 양보하는 사람보다는 “당신만 바쁜가, 나도 바빠”라며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한국 땅에 사는 일이 때로는 서글픕니다.
한 때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한 마디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듣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하였습니다. 어떤 좋은 일을 놓고 동생이 ‘형님 먼저’라고 하는 그 마음이 매우 아름답고 감격스럽게 느껴졌고, 형은 형대로 ‘동생 먼저’라고 하는 형제간의 그 관계가 눈물겹도록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의 우리 사회의 혼란과 무질서, 시기와 반목의 절반은 이 양보의 정신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나는 믿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렵게만 보지 말고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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