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식보다 소중한 것이 있기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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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비웃는 ‘뛰어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살기가 어렵습니다. 교통신호를 확실하게 지켜야 길거리의 질서가 확립되고,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이 신호등을 무시하고 빨리 달리다가 큰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비일비재입니다. 법이 있으면 그 법을 지키는 것이 상식인데 “나만은 예외이다”라고 잘못 알고 법망을 뚫고 나가다가 쇠고랑을 차고 신세를 망치는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상식만 가지고 문명의 발전을 기약할 수는 없습니다. 상식 이상의 것이 작동하지 않고는 큰 일이 성취되기는 어렵습니다. 만일에 안중근이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면 하얼빈 역두에서 감히 이또 히로부미의 가슴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겠습니까? 그가 처자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의 조국은 그에게 있어서 더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결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윤봉길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그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아마도 나라를 위하여 그런 엄청난 일을 하지 않았다면 덕천면의 면장 노릇이나 하면서 한평생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가 1932년 4월 29일, 당시 일본천황이던 히로이도의 생일날, 상해 홍구공원(虹口公園)에서 축하행사가 벌어지던 그 날, 변장을 하고 그 행사에 참여하여 준비한 폭약을 행사장에 던져 시라가와(白川) 대장은 붕 떴다 떨어져 며칠 뒤에 죽고 젊은 일본 영사 시게미쯔(重光)는 다리를 크게 다쳐 평생 다리를 저는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의거(義擧)는 상식의 울타리를 껑충 뛰어넘은 상식 밖의 행동이었으나 그 두 사람의 ‘상식 밖의 행동’이 쾌거가 되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범인(凡人)들은 상상도 못할 쾌거(快擧)였고 이 두 분의 견위수명(見危授命)으로 인하여 일제하에서도 한국인은 자존심을 잃지 않고 살 수가 있었습니다.
상식을 우습게 알고 상식에 어긋나는 너절한 일들만 골라서 하는 한심하고 몰상식한 동포들이여, 각성하시오. 모두가 상식의 그 선만 지켜줘도 나라가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안중근‧윤봉길 두 의인에게 미안한 생각이라도 가져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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