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장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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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오관(五官)이 있습니다. 곧 눈‧ 귀‧ 코‧ 혀‧ 피부인데 이 다섯 가지 감관이 있어서 사람은 자기 이외의 세계를 느끼게 됩니다. 눈이 있어서 보고 귀가 있어서 듣고 코가 있어서 냄새를 맡고 혀가 있어서 맛을 알고 살갗이 있어서 더위와 추위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은 가능하면 경치가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그릇에 담긴 맛 좋고 향기로운 음식을 먹으면서 귀로는 좋은 음악을 듣기 원합니다.
그러므로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눈은 잘 보이지 않고 귀는 잘 듣지 못하고 코는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고 혀는 음식의 맛을 잘 모르고 피부는 젊었을 때처럼 민감하지 못합니다. 그런 인생의 한 때를 노년(老年)이라고 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누구나 이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타고난 오관의 기능이 보통사람들과는 뚜렷하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독일의 천재 철학자 Nietzsche(1844~1900)는 “신(神)은 사망하였다”는 무서운 한 마디를 던져 세상을 놀라게 하였고 프랑스의 문호 Maupassant(1850~1893)은 “꽃이 피는 소리가 들린다”고 이상한 말을 하였고, 한국의 한 천재 시인은 (아직도 그 시인이 누구였는지 확인하지 못했음) “황천(黃泉)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였다는데 이런 분들은 다 정신과 의사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Nietzsche와 Maupassant은 정신병자로 취급되다가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오늘 ‘눈’에 관해서만 심각한 한 마디를 하겠습니다. 누가 내게 묻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하면 나는 서슴지 않고 “여자입니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나이가 몇인데?”라며 비웃을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내 말이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나는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공자께서 말씀하신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의 언덕을 넘은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었습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 어쩌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장 여유 있게 느끼고 사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Louvre 박물관에 서있는 Venus(Venus de Milo)상에 매혹되지는 않습니다. 나는 옷을 입지 않은 여성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얼굴만 보면 됩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입니다. Swiss나 Scandinavia 몇 나라의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능가할 수는 없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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