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Rich and fam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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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 and famous
원시시대에는 빈부의 차가 없다고 할 만큼 모두가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조상들이 농사를 시작하면서 땅을 가진 사람들과 땅이 없어서 남의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지주와 소작인이라는 계급이 생겼을 것이지만, “십리 사방이 다 내 땅이다”라는 대지주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농경사회가 조용하게 굴러갔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 손으로 뽑은 것이 아니라 하늘이 보내신 이가 임금이 되어 백관(百官)을 거느리는 태평성대(太平聖代)에 작당하여 왕에게 덤비는 무리가 과연 얼마나 되었겠습니까?
그러나 기계가 발명되고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사람 사는 세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하도 큰 변화가 생기니까 학자들이 이 큰 변화를 ‘혁명’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는 도시중심으로 편성되어 농촌은 단지 사람들의 먹거리를 만드는 곳으로 전락하고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모여들어 London이니 Paris니 하는 대도시들이 등장하여 세상은 Adam Smith의 이론대로 굴러가는 것 같았으나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나타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반목과 투쟁으로 이어졌습니다.
1917년에는 러시아에서 Lenin이 주도하는 Proletariat의 혁명이 일단 성공하여 계급도 없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Have and Have-not)의 구별도 없는 ‘멋진 새 세상’(Brave New World)이 탄생했다고 믿었습니다. Lenin은 Marx의 그 꿈을 가슴에 품고 다 이루지 못한 채 1924년 60세에 세상을 떠났고, 무리하게 그 뒤를 이은 Stalin은 피의 숙청을 거듭하며 장기집권에는 성공했지만 <공산당선언>(1848)의 이상을 현실화하지는 못하고 1953년에 죽었습니다.
뜻밖에도 Gorbachev와 Yeltin을 거치면서 거대한 ‘철의 장막’(Iron Curtain)이던 소련은 무너지고 동구권도 무너지고 자본주의의 꿈 - 즉 ‘Rich and famous’라는 이념 아닌 이념이 동과 서를 다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Putin도 시진핑도 그 꿈밖에 없는 나라의 수장으로 행세하고 있으니 강대국은 다 Obama의 미국을 따라가고 있는 겁니다.
전 세계에 좌익이 존재하는 까닭은, “너희들만 잘 먹고 잘 살기냐? 우리도 좀 잘 살아보자”라는 울부짖음일 뿐, ‘평등한 세상’은 포기한 지 오랩니다. ‘평등’은 이제 실현이 불가능한 꿈이 된 것도 같습니다. ‘Rich and famous’가 어찌 보면 현대인의 유일한 생의 지표이기도 합니다. 극소수의 이상주의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석가나 공자가 보신다면 우리들의 21세기는 지극히 타락한 시대라고 하실 것 같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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