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기꾼들 등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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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금강산에는 1만 2천봉이 있다 하니 어쩌면 산 하나에 그토록 많은 봉우리가 있는가 감탄하게 되고 또 그 많은 봉우리들이 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음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나라에는 또한 사기꾼이 많은데 이들은 이 백성을 자랑스럽게 하지 않고 오히려 부끄럽게 만들고 이 나라를 추악한 나라가 되게 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사기꾼의 수가 1만 2천을 지나 12만 쯤은 될 것입니다. 12만이 뭡니까? 120만은 될 것도 같습니다.
어떤 놈이 우리에게 “눈을 감으세요”라고 하면 이 놈이 우리에게 명상을 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 감은 동안에 우리 코를 베어다 젓가락 통을 만들어 팔아먹기 위해서이니 그 놈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러나 그런 따위의 사기꾼이 하도 많아서 한국인은 항상 눈을 뜨고 있어야 그나마 못생긴 코라도 보존할 수 있겠다는 말입니다.
카드도 마음대로 긁지 못합니다. 여기에 사기꾼이 와글와글 합니다. 전화 한 통화 잘못 받고 그 놈이 하라는 대로 했다가 재산상의 큰 손실을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벌어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남들을 등쳐서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인간이 이 나라에 수두룩합니다. 똑똑한 국민이 어쩌다 이 꼴이 되었습니까?
우선 정치가 썩었기 때문에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자꾸 벌어집니다. ‘정치’하면 막연하게 들리지만 ‘정치인’이라고 하면 좀 알아듣기 쉽습니다. 정치인이 썩었기 때문에 사기꾼이 많아지는 겁니다. 그 자들이 권력의 그늘에서, 혹은 권력을 미끼로 민중을 속이는 겁니다. 하도 교활해서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속이고 또 속이다 나라를 송두리째 잃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모두 위정자들의 잘못이었지 백성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기꾼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 대한민국 국회입니다. 국민이 우러러 볼만 한 일류 정치인이 거기에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하도 열세에 몰려 속수무책입니다. 그들은 이 이상 정치판에 남아있을 생각을 안 하고 떠날 수 있는 날만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는 불행한 나라입니다.
행정부에도 사기꾼은 있습니다. 심지어 사법부에도 상당수 도사리고 앉아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판결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고약한 사기꾼들이 거기 있는 걸 알고 깜짝 놀랍니다. “이런데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은 기적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놀란 가슴을 쓰다듬습니다. 각계각층에 도사리고 앉은 이 사기꾼들을 소탕하는 것이 권력의 최대의 임무라고 나는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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