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도 떠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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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왕조시대에는 왕명(王命)으로 안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비가 안 오고 가뭄이 계속되는 사실에 대해서도 임금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백성은 알고 있었습니다.
민주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제일 높습니다. 국회도 있고 법원도 있고 행정부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권력은 막강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 민주 사회의 핵심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은 미국 사람도 중국 사람도 다 시인합니다.
한국에서 대통령을 지낸 분들 중에, 22일 새벽에 세상을 떠난 김영삼 씨를 포함해 일곱 분이 이미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으니 전직 대통령으로는 전두환 씨, 노태우 씨, 이명박 씨 세 분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남의 머리를 빌릴 수는 있어도 남의 몸은 빌릴 수 없다”는 유명한 한 마디를 남길 만큼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던 분이었습니다. 청와대에 사실 때에도 계속 조깅을 날마다 하였고 거제도 앞바다에서 수영하던 솜씨가 있어서 청와대 풀에서 수영도 즐기신다고 청와대의 의전실장이 점심에 초대 받아 간 나에게 그렇게 일러주던 일도 지금 기억됩니다. 칼국수가 주 메뉴인 소박한 식단이었는데, 그도 나도 늙어서 비슷한 나이였지만 이 노인을 그대로 두고 그가 먼저 떠났으니 내가 떠날 날도 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인생무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그의 당돌한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사실은 매우 서글픈 일입니다. 대통령도 가고 기업의 총수도 가고 저명한 학자도 가고 마라톤의 금메달리스트도 가고 절세미인도 가는 것이라면 이 나라에 태어난 누군들 떠나지 않고 버틸 수 있겠습니까?
오고 가고 나그네 일
그대와는 잠시 동행이 되고
-월파 김상용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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