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독한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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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부터 ‘고독한 인생’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독거노인’의 통계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나 혼자 사는 노인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산업 사회에서 ‘대가족 제도’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부모를 모시고 사는 아들, 딸도 희귀한데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젊은 내외를 찾아보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 아버지가 옛날 맹산 원남면의 면장이시던 때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의 식구들도 다 한 지붕 밑에 같이 살았습니다.
자녀들은 멀리 삽니다. 아들은 미국에 살고 딸은 캐나다에 살고 노부모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적막한 처지! 양로원이니 요양 병원이니 하는 곳에 실려 가 고독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태어난 사실을 감사하게 여기며 노년을 즐기는 사람들보다는 태어난 사실을 저주하며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인생이란 본디 이렇게 고독하고 슬픈 것이었을까요? 어머니 뱃속에 열 달 쯤 살다가 이 세상에 떨어질 때 큰소리 내어 울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때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어서 결코 외롭지 않은 몸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특히 늙어지고 보니, 신세타령이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50년 60년을 함께 살다가 짝을 잃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생각만 해도 가엾다고 느끼게 됩니다. 못생긴 아들, 딸은 유산을 노릴 뿐, 부모에 대한 효성은 손톱만큼도 없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그런 외로운 분들에게 나는 사랑을 추억할 것을 권합니다. 그 사랑의 대상이 조선조의 두드러진 문인이었던 정철이나 윤선도의 ‘자연’일 수도 있고 젊어서 둘러본 관광 명소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떤 여자, 어떤 남자에 대한 이루지 못한 사랑일 수도 있는데, 이제는 어떤 사람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까?
이것도 저것도 다 불가능하시다면, 공자님을 만나세요. 부처님을 만나세요. 예수님을 만나세요. 그분들의 사랑을 추억하세요. 그래서 나는 늙었지만 사랑의 추억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도 외롭지 않게 노년을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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