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언론자유는 선인가 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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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시대는 물론 절대군주시대에는 더욱, 언론의 자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임금님에 대한 찬양이나 아첨은 언제나 허용됐지만 하늘이 내려준 권력을 행사하는 절대군주에 대해 한 마디라도 비판이나 비방을 하는 자는 목을 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오늘,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젊은 세대는 한 치의 ‘언론자유’도 용납되지 않던 ‘유신체제’가 어떤 것이었는지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그 험난하던 세월에는 ‘국가원수 모독죄’는 중죄로 다스렸습니다. 시골서 농부가 막걸리를 한 잔 마시다가 술김에 한 마디 대통령을 비방하는 말을 하면 즉시 정보부 요원이 달려와 그를 잡아다 남산 중앙정보부 지하실에 가두고 매질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였습니다. 우리나라 케이블 TV의 채널은 족히 999는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연예‧오락 프로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건강백세’ 프로가 날마다 늘어나 앞으로는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될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이것도 다 ‘언론자유’에 속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가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 올림픽게임을 총지휘한 김영수 대회장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박태환 선수가 출전하는 ‘수영’이었는데 수영경기장에 출입을 요청하는 ‘기자’가 무려 2,000명이나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많은 ‘언론인’들에게 출입증을 다 주면 돈 내고 들어오는 관람객은 어디에 앉아야 하는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출입을 대폭 제한하였더니, 입장 못하는 사실에 ‘앙심’을 품고 그들은 대회의 결함만을 혈안이 되어 뒤지고 또 뒤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실토를 하였습니다. 이런 언론의 자유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세월호’의 참사도 언론은 치유하는 입장에 서지 않고 오히려 부채질 하는 입장에 섰었다는 비난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취재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성완종 ‘유언 메모’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언론은 그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기도 전에”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로 취급하니, 진실이 다 밝혀진 뒤에 “그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언론은 쥐구멍을 찾아야 하는 겁니까? 정치권만을 향해 삿대질을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할 말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선 안 될 말을 하는 것은 ‘언론자유’와 무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범죄행위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좀 더 신중하게 즐겨야 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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