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생이란 그런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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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를 잘 만나 호강하며 자라는 행운의 소년, 소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성장에 따르는 고통’(Growing pain)은 겪게 마련입니다. 늙은이가 되어서는 그 ‘고통’이 있었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청춘은 아름다워”라고 정신 나간 소리를 하지만 청춘의 ‘면류관’은 ‘면류관’이 아니라 ‘가시관’이었습니다. 사춘기의 고민과 고통을 다시 겪어보겠느냐고 물으면 “아니요”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을 겁니다.
옛날 속담에 “기생의 회갑은 30이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30만 되면, 기생이 아니더라도, 젊음은 하루하루 멀리 떠나는 것이니, 꽃에 비유하자면, 조금씩 시들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누가 감히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옛글에도 “소년 행락이 어제련가 하노라”하는 탄식의 소리가 스며있습니다.
40대에 올라서면 흰 머리카락이 하나씩 둘씩 생기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새치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는 것을 막을 길은 없습니다. 60줄에 들어서면 이젠 정말 노인입니다. 옛날 세월 같으면 아들‧딸이 시집‧장가가서 손자‧손녀를 보게 될 나이입니다. 아무리 젊게 보여도 할아버지‧할머니는 노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점점 아픈 데가 많아집니다. 팔다리의 힘은 빠지게 마련입니다. 88세가 되기까지 살아본 이 노인의 말을 한 번 들어보세요. 오래 산다는 것이 결코 축복은 아닙니다. 평균 수명이 40도 안 되던 세월에는 회갑은 장수를 뜻하는 것이어서 잔치가 벌어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들‧손자‧며느리의 도움이 없이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대통령이여, 국회의장이여, 대법원장이여, 교만하지 마시라! 백만장자여, 절세미인이여, 자랑하지 마시라! 우리들 모두를 한결 같이 기다리고 서 있는 원수가 있으니 그 자의 이름이 ‘죽음’이라! 죽음 앞에서 버틸 수 있는 권력도 금력도 미모도 없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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