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라가 좀 멍청해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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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금년에 우리나라를 엄습한 두 번의 재난이 원래 똑똑하던 이 백성을 어리벙벙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바보가 아닌데 바보처럼 행동하게 된 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무엇입니까? 따지고 보면, ‘타이타닉’ 참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소규모의 여객선 침몰사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만 수학 여행길에 올랐던 젊은 학생들이 300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본디 정이 많은 한국인들이 크게 상심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여린 마음이 이 해상 사고를 몇 배나 더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왕조시대의 군왕이 홍수나 한발이나 기근 같은 국가적 재난에 직면하여, “과인(寡人)이 덕이 부족하여”라고 하늘과 백성 앞에 사죄하던 풍습이 되살아 난 듯 대통령이 마치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치는 광경을 지켜보던 악당들이 입을 모아, “그렇소. 이게 당신 탓이오”하며 덤벼드는 바람에 국가가 더 심각한 곤경에 빠진 겁니다.
‘세월호’ 침몰의 일차적 책임은 선장인 이준석에게 있고, 학생들의 목숨을 다만 몇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던 것을 이 인간이 철저하게 무책임한 자였기 때문에 더 살리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보다 더 심각한 범죄는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船主)인 유병언이라는 자의 ‘탐욕’에 있었습니다. 그 모든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떠맡기는 것은 몰상식하거나 아니면 매우 악의에 넘치는 음모라고 나는 단정합니다.
메르스가 중동에서 발생한 역병이라는데 그 전염병이 동아시아의 한국 땅에 퍼지게 되어 우리 모두가 놀란 가슴을 쓰다듬고 있는데, 그것도 ‘박근혜 탓’이라며 물러나라고 아우성치는 ‘정신병자들’도 있다고 하니, 어쩌다 나라가 이 꼴이 되었습니까?
해마다 이런 불상사를 겪으면서 줄곧 휘둘리다 보니 박 대통령 자신도 타고난 ‘총기(聰氣)’를 많이 잃은 것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이제 남은 임기 중에 어떻게 그 꿈을 다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몸의 건강이라도 끝까지 유지할 수 있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취임에 큰 기대를 걸었던 이 나라의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은 요새 매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울하고 슬프고 답답할 뿐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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