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수가 쏟아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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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필요하고 박수가 뒤따라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각종 무대 위에 서는 연예인들은 다 그런 사람들이다. 박수가 쏟아져 나오지 않으면 그 공연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 오죽하면 요즈음은 목사라는 사람들도 박수를 많이 받기 위해서 연예인들에게서 배운다고 하겠는가. 인기 있는 교수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학자들도 있다고 한다.
그들 뿐 아니라 요즈음 선거라는 절차를 거쳐 국민 앞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모두가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의 박수가 없으면 입후보한 사람이 당선되기 어렵다. 박수를 받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한다.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심하게 말하면 발광에 가까운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표를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오래 지속되는 인기는 없다. 공연자가 무대에서 사라지면 박수도 끝난다. 앙코르를 청하기 위해 박수가 계속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앙코르도 한두 번이지 다섯 번, 여섯 번 계속 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박수 소리에 도취해서 살다보면 진실한 인생을 살아가기 어렵다.
영국 시인 Robert Browning의 <애국자>라는 제목의 시가 하나 있는데, 일 년 전에 망명에서 돌아오는 한 애국자를 많은 사람들이 지붕 꼭대기까지 올라가 손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하였으나 얼마 후 그가 붙잡혀 형장으로 끌려가고 있을 때의 달라진 민심을 표현하였다. 텍사스 출신의 유명 정치인 Sam Houston의 말처럼 인기란 물거품 같이 허무한 것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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