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람 팔자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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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의 거물인 아베 신조의 그늘에서 관방장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스가 요시히데를 개성 있는 정치인으로 본 사람은 별로 없다. 그가 태어난 집안이나 학벌은 보잘 것 없지만 8년이나 집권한 아베라는 명문 집안 출신의 정치인 밑에서 최선을 다하여 성장하였고 드디어 자민당의 신임 총재가 되어 그는 아베의 뒤를 이어 세계 굴지의 경제 강국인 일본의 국무총리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스가를 일본의 국무총리가 되고도 남을만한 거물이라 보는 사람은 지구상에 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그보다 잘난 이가 그렇게 많은데도 다 물리치고 이때에 일본의 국무총리 자리에 앉은 사람이 스가라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아베의 총재 임기를 다 할 때까지만 대일본의 국무총리 자리에 그가 앉아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반장되는 것도 팔자에 있어야 되는 일이고 유능하다고 반드시 그런 자리들이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니 어느 누구도 큰소리 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내가 보기에 일본 정치는 우리보다 많이 성숙되어 있는 것 같다. 차기 총리를 노리는 일본 정계의 인물들이 여럿 있겠지만 이 과도기에는 다 참고 조용히 있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하는 그들의 정치적 수준이 상당하다고 느껴진다. 아마 아베에게 잘못이 있었어도 그를 감옥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을 뼈저리게 인식하는 일본이 헌법을 개정하고 군사적으로는 시진핑의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그런 국가를 만들고야 말 것이다.
그런 판국에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 북의 김정은에게는 무릎을 꿇은 것 같이 보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과연 중국의 시진핑을 감동시킬만한 이 시대의 대한민국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을까.
Shelley라는 영국 시인이 일찍이 이렇게 노래한 적이 있다.
“ We look before and after, And pine for what is not” (우리는 앞뒤를 돌아다보며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리워한다)
그 한마디가 내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이렇게 허송세월만 하다가 대한민국은 장차 무엇이 될까. 일본을 보면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가 아닐까.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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