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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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인민공화국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여 과시한 열병식 행사는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 동원된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걸 보여주었다. 연설 도중에 북의 독재자 김정은만이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 청중 가운데 열성분자들의 눈에도 상당수 눈물이 어리어 있었다.
애당초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과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야 말겠다는 합의를 보았을 테고,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도 그런 합의를 본 것으로 우리는 잘못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북은 그날 괴물처럼 보이는 ICBM을 다 완성하여 전 세계 앞에 자랑하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김정은과 트럼프는 문재인 집권 지난 3년 중에도 우리가 모르는 밀담과 밀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일 이번 11월 대통령 선거에 트럼프가 승리해서 ICBM을 완성한 김정은을 껴안고, 태도가 항상 애매모호한 문재인의 대한민국을 걷어차면 우리의 신세는 어떻게 되는 건가. 왜 그런 사대주의적 발상을 하느냐고 따질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과 같은 국제적 관계의 난맥 속에서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의 힘만 가지고는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동안 문재인의 대한민국은 ‘반미’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때로는 공공연하게 내세워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만약 그런 식으로 김정은이 한반도를 통일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노쇠하여 죽는게 아니라 젊어서도 북의 독재자의 칼에 맞아 죽는 것과 같다 할 수 있지 않는가. 문재인은 무슨 정치를 이따위로 하다가 북의 핵무기 앞에 벌벌 떨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을 만든 것일까? 미국과 매우 가깝던 시절에는 한국을 중국도 존중하였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정성을 다하여 자기나라에 초대하기도 하였다. 대한민국은 오늘 시진핑에게도 그렇게 필요한 나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일본은 일본대로 우리를 아니꼽게 보고 중국은 중국대로 우리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미국은 미국대로 우리를 한심하게 본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역사 앞에 고아처럼 버려진 신세가 된 것 아닌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이 오고간 것으로 나는 짐작한다. 대한민국을 도외시하고 말이다. 나 같은 사람은 적화통일이 되기 전에 떠나야 할 것이다. 천수를 누리지는 못해도 한심한 꼴이 되어 세상을 떠나고 싶지는 않다. 김일성도 이기고 6.25도 이기고 중공도 이기고 가난도 극복한 대한민국을 믿고 살던 우리들은 앞으로 살 길이 없는 것 아닌가.
우리가 모자라서 대통령도 그런 사람을 뽑았고 코로나보다도 힘이 없어서 그런 인간의 독재도 막아내지 못하고 빌빌하다 오늘 우리의 신세는 이 꼴이 되었구나. 하늘이 무심치 않다는 옛사람의 가르침을 또 한 번 되새겨보기는 하지만 지난 10일에 있었던 북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은 내 마음을 끊임없이 우울하게 만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기도는 하지만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라는 속담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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